오래간만에 일본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를 봤습니다. 후쿠시 소우타, 고마츠 나나 주연의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입니다.
2017년 10월 개봉한 영화이나 뻔한 일본 로맨스 영화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시청을 좀 미뤄왔습니다만, 스토리를 알고 봐도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이미 익숙한 타임슬립 장치를 아주 조금 비틀어버린 그런 장르입니다.
나나츠키 카타후미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넷플릭스에서 시청하실 수 있고, 주말에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평소 몽환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고마츠 나나의 인생작으로 손꼽히기도 하는 영화이며, 12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러닝타임은 1시간 50분입니다.
비밀을 가진 여주인공 에미
스무살의 미대생 미나미야마 타카토시는 어느 봄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 우연히 후쿠주 에미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립니다. 수줍은 그였지만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용기를 내서 에미에게 말을 걸죠. '첫눈에 반했습니다' 하고요. 그리고 연락처를 물어봅니다. 그런데 에미는 의외로 '내일 또 보자'라고 말하며 쿨하게 대합니다. 전화번호를 모르는데 어떻게 약속을 잡아서 만난다는 건지?
그런데 놀랍게도 다음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재회하게 됩니다. 타카토시가 동물원에 스케치를 하러 가는데 에미가 '짠'하고 나타나게 되죠. 그리고 "내일 또 보자고 했잖아. 너가 오늘 여기서 과제를 한다고도 했어"라고 말합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 타카토시는 에미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고, 전화를 걸어 영화를 보자며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결국 둘은 첫 데이트에서 사귀기로 하고, 매일같이 만나 사랑을 합니다.
에미는 좀 특별한 것 같습니다. 타카토시가 그린 그림을 실습실 벽에 붙일 것을 미리 알고, 또 좋아하는 스튜의 비밀을 알고 있고요. 그러나 이 영화는 에미의 비밀을 밝히는데 그리 오랜 시간을 소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랄까요. 에미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었고, 그곳의 시간은 타카토시가 사는 시간과 반대 방향으로 흐릅니다. 영화 제목이 스포일러였던 셈이죠.

시간이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
즉, 타카토시의 내일은 에미의 어제였습니다. 시간이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은 어찌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게 되는데 타카토시는 시간이 흐를수록 에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친숙해지는 반면, 에미에게 타카토시는 점점 낯선 사람이 되어갑니다. 마냥 행복해하는 타카토시와 달리 에미는 왜 그렇게 눈물이 많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죠.
알고 보면 타카토시가 어렸을 때 물에 빠진 적이 있는데, 그를 구한 건 미래의 에미였습니다. 그 증표로 다음에 만날 때 가져다 달라며 자물쇠가 달린 작은 상자를 건넸었죠. 에미는 그렇게 5년에 단 한 번, 30일씩 만날 수 있음을 설명해 줍니다. 서로의 시간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흐르면서, 교차하는 지점에서만 만나는 그런 형태인 걸까요. 즉, 이번 만남은 두 사람의 20대의 처음이자 마지막,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 그런 사랑이었던 것이죠.
어렸을 적 에미는 지금보다 나이가 들은 타카토시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타카토시는 에미가 놓고 간 수첩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안에는 자신과의 일이 미래부터 적혀있었습니다. 타카토시는 그런 에미가 연기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해도 잠깐, 타카토시는 에미가 점점 자신이 낯선 사람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자신을 위해 늘 웃어주었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도 에미가 겪었을 혼돈, 아픔 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는데요. 그리고 남은 날들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기로 다짐합니다. 같은 타임루프 장르여도 '벤자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와 또 다른 매력의 영화였습니다.
본래도 우리의 만남과 인연은 각자의 시간표 대로 흐르다 어떤 교차지점에서 잠깐 함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합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은 당연하겠죠.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판타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만남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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