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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씨_영화 드라마

매혹당한 사람들(The Beguiled) - 욕망과 매혹의 그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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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이 출연한 대표적인 스릴러 장르 영화는 ‘디아더스’(2001)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식스센스’(1999) 이후 연달아 나온 반전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우리가 진정 무서워하는 것이 타인인지, 나인지 많은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늘 공포는 제3자로부터 느껴왔었는데, 사실은 외부 요인이 아닌 내부 요인으로 인한 것이 었음을 깨닫게 했죠.

'매혹당한 사람들'은 2017년 9월에 나온 영화입니다. 찾아보니 누적관객수 5만명 정도밖에 동원하지 못했네요. 어쩐지 사실 이 영화가 개봉한지도 몰랐었는데, 넷플릭스에 우연히 떠서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포스터가 고급스럽고 이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한국어로 번역된 제목이 좀 더 매혹적이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니콜 키드먼 외 엘르 패닝, 콜린 파렐, 커스틴 던스트 등이 출연했습니다. 여자 감독 '소피아 코폴라'가 연출했고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 '마리 앙투아네트'(2006) 등을 연출한 바 있죠.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여왕으로서 베르사유의 궁전에서 최고의 사치를 누린 장면을 연출했던 만큼, 이 영화에서도 의상과 배경에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동명의 영화를 46년 만에 리메이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영화 또한 소설가 토마스 컬리넌의 첫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립된 여성 공동체로 들어온 낯선 한 남자

미국이 남북으로 갈라져 전쟁하던 1800년대, 남부의 어느 숲. 영화는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한 군인 존(콜린 파렐)을 에이미(우나 로렌스)가 부축해 오면서 처음 시작됩니다. 선생님과 여학생들, 총 7명의 여자들만 모여있는 대저택에 들어온 낯선 한 남자.

교장 선생님인 미스마사(니콜 키드먼)뿐 아니라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애드위나(커스틴 던스트), 알리시아(엘르 패닝) 외 10대 여학생들까지 존에게 호감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존이 애플파이를 좋아한다고 하자 알리시아는 직접 만들었다며 가져다 주기도 하고, 애드위나는 그 레시피를 자기가 알려줬다며 어필을 하기도 하죠. 욕망 또는 질투의 화신들처럼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쟁통에서 부상을 입고 겨우 살아남은 존은, 살벌한 전투 현장이 아닌 아름답고 친절한 여성들 속에 파묻혀 매혹 당한 걸까요, 아니면 이용하는 걸까요. 매혹당한 쪽은 오히려 여자들인 걸까요.

존은 원래 자신의 몸이 회복되자마자 그곳을 떠나려고 했었지만, 여자들이 호감을 보이자 더 머물고 싶어 합니다. 심지어 미스마사까지. 그녀는 엄격한 줄만 알았는데, 그의 존재를 외부에 누설할 수 있었음에도 비밀로 해줍니다. 전쟁으로 남자가 귀한 시기에, 제 발로 찾아왔으니...


각기 다른 욕망의 사로잡힌 그들

자신감이 붙은(?) 존은 자신을 이곳에 머물게 해 달라며 애드위나(커스틴 던스트)를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친절하고 신사인 듯 행동해 왔지만, 자신에게 관심을 표하는 여자들을 이용하려는 교묘한 면도도 보입니다.

여기서 그치지도 않죠. 존은 이번엔 알리시아(엘르 패닝)를 유혹합니다. 애드위나가 이를 보고 질투를 느껴 싸움을 하다 존을 계단에서 밀어 버립니다. 그리고 미스마사는 그의 다리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라며 잘라버립니다.

한쪽 다리가 잘린 존은 이성을 잃고 날뛰고, 여성들은 차분하게 그를 처치할 방법을 의논하기 시작합니다. 에이미는 처음 존의 생명을 구해줬지만, 이제는 존을 제거하는데 앞장섭니다.

그리고 여자들은 존이 좋아하는 버섯요리를 최후의 만찬처럼 준비해 줍니다. 존은 또 좋다며 버섯요리를 먹고 죽어갑니다. 여성들은 차분하게 죽어가는 존을 대문 밖으로 옮겨 내놓는데요, 마치 한국의 어떤 전래동화 같이 과부들이 총각을 한 명씩 꼬시고 죽이고 하는 포맷도 생각나고요.

낯선 곳에 찾아온 남자는 여성들의 숨은 욕망을 건드리고 또 매혹했지만, 배반 뒤에는 더욱 처절하게 버려졌습니다. 이 여성들 또한 매혹과 사랑 외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었던 듯한데요. 곱씹을수록 결론이 다른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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