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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씨_영화 드라마

'여자, 정혜' -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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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정혜의 일상은 지루하고 무료한 것이 우리네 삶과 똑 닮았습니다. 눈을 뜨면 세수를 하고, 회사를 가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해서 저녁상을 차립니다. 매일매일이 똑같다 보니, 오늘이 내일인지 어제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정혜가 행복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영화의 영어 제목은 'The Charming Girl' 입니다. 매력적이고 멋지다기보단 단조로운 삶에 가까운 편인데, 반어법을 쓴 걸까요? 아니면 곧 그렇게 되리란 암시일까요? 이 영화는 여자 정혜를 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입니다.

김지수, 황정민 주연으로 2005년 개봉했으며, 이윤기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분위기가 나는 것이 영화 '멋진 하루'(2008)를 만든 감독입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 '남과 여'(2016)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 사람 간의 관계와 내면을 들여다보길 좋아하신다면 분명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내세울 것 없는 여자, 정혜

평범해 보이는 한 여자가 어느 우체국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녀의 삶은 무엇하나 내세울 것도, 그렇다고 빠질 것도 없어 보입니다. 길에서 데려온 고양이 한 마리를 혼자 키우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퇴근 후 TV홈쇼핑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것처럼 보입니다. 홈쇼핑에서 산 김치를 저녁 상에 올리고, 방바닥을 훔치면서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자는 오히려 그런 삶을 바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범하기 그지없고 단조로운 삶. 일요일 한 낮, 고양이와 장난을 치며 베란다 너머 아이들의 노는 소리를 듣는 것이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합니다. 마치 평범한 한 여자의, 아니 나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그렇게 시간은 흘러갑니다.


드러나는 아픈 과거

하지만 알고보면 그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아픈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영화는 그녀의 단조로운 일상을 보여주는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 후에야, 그녀의 아픔을 드러냅니다. 어렸을 적, 그녀의 고모 할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던 기억입니다.

그녀는 구두 가게에 가는데, 남성 판매원이 직접 구두를 신겨주며 흥정을 하자 매우 불편해합니다. 이러한 신체 접촉은 그녀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건드릴뿐입니다. 하루는 그녀가 우연히 길가에서 휴대용 칼을 손에 넣게 되고, 고모 할아버지가 있는 요양원을 찾습니다.

그녀는 면회시간 동안 휴대용 칼로 고모 할아버지에게 복수를 하려는 듯 했으나, 자신의 애꿎은 손만 베이고 옵니다. 평범하고 평범한 나머지 복수마저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그녀는 대체 어떻게 상처를 치유해야 할까요?


용기를 내보는 정혜




하루는 정혜가 우연히 알게 된 남자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자신의 고양이를 보여주고 싶다면서요. 소심하고 다소 예민해 보이기까지한 그녀가 남자를 집으로 초대한 것은 아마도 큰 용기였으리라 추측됩니다. 정혜는 남자를 위해 밥과 반찬을 정성스럽게 마련하지만, 그 남자는 끝내 오지 않습니다. 결국 정혜는 쓸쓸히 그 밥을 혼자 먹어 치웁니다.




그리고 길을 걷다가 우연히 그 남자와 마주치는데, 늦잠을 자느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하는 남자. 이 남자도 정혜 곁만 계속 맴돌 뿐, 뭐 한 가지 시원하게 하는 일이 없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남자는 다시 다음에 약속을 잡자고 말을 합니다. 정혜에게 다시 새로운 희망을 찾아올까요? 매우 떨리는 그녀의 눈빛만큼이나, 또 떨리는 카메라.

카메라는 매우 섬세하게 촬영하면서도, 실제 손 떨림을 반영하듯 흔들립니다. 마치 정혜와 우리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대변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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