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마흔에 갑자기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하는, 인생 변곡점에서.
2019년 11월 개봉되었지만, 배우 윤여정 출연작들이 재조명되면서 최근 넷플릭스까지 진출한 영화입니다. 김초희 감독 각본에 강말금 배우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윤여정은 찬실이가 세 들어 사는 집 주인집 할머니 역할을 맡았으며, 이 외 윤승아, 김영민, 배유람, 최화정 등이 출연했습니다. 전체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시간 35분으로 적당합니다.
잔잔하지만, 단숨에 제 인생 영화가 되버린. 대사를 곱씹으며 한 번, 두 번 봐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영화 보기 전에...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도 끊긴 영화 프로듀서 찬실. 친하지만 엉뚱한 여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습니다.
김초희 감독은 홍상수 영화 프로듀서 출신으로, 40대 실직한 후 반찬가게를 하려고 하다가 이번 영화의 각본을 썼다고 합니다.
주연을 맡은 강말금 배우 또한 다니던 직장을 서른에 관두고, 극단에 들어가 삶을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감독, 배우, 그리고 우리 모두에 관한 이야기가 녹아있는 셈입니다. 이 영화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어쩌면 다른 영화처럼 획기적인 사건은 없지만,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이 보게 되는 건 통통 튀는 대사들과 위트 있는 상황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망한’ 찬실이, 애쓰지만 애쓰지 않는 (스포일러 많이 있음)

영화는 찬실이 허름한 집으로 이사를 하며 시작됩니다. 그녀는 나이 마흔까지 영화 프로듀서로 죽도록 일을 했지만, 함께 일했던 지감독이 돌연사하면서 한마디로 ‘망한 인생’이 됩니다.
그러다 친한 여배우 소피네 집에서 가사도우미를 하게 됩니다. 당장 돈이 없어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한다는 찬실. 소피가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자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며 청소를 시작하죠.
그럼에도 그녀는 당당하고, 직설적이고, 씩씩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녀는 주변에 사람 복도 많죠. 자는 시간 빼고는 끊임없이 돌아다닌다는 소피는 불어, 폴댄스 등을 배우느라 바쁘지만 그녀를 챙겨줍니다. (소피의 이런 과한 취미 역시 여배우로서의 불안한 삶을 보여주는 게 아닌지. 어쨌든)
물론 찬실 역시 소피를 친언니처럼 돌봐주고,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땐 진심으로 속상해하기도 합니다. 새로 이사한 산동네 집주인 할머니 역시 무심한 듯 직설적인 말을 내뱉지만, 츤데레처럼 그녀를 챙겨줍니다.


한편 소피네 집에서 만난 불어 선생님 영이는 찬실에게 관심을 표하고, 잊고 있었던 연애 감정을 되살려줍니다.
사실 그녀는 10년 동안 남자를 만나본 적도 없습니다. 꿈에서 자신을 따라온 남자에게 ‘10년 만에 남자 처음 안아봐요’라고 말할 정도였죠.


마침 그녀가 혼자 집에서 빨래를 하다 만난 장국영은 흰 속옷 차림으로, 자신을 귀신이라고 소개하며 미스터리 한 말들을 합니다.
장국영은 찬실에게 영화를 안 하고도 살 수 있느냐, 자신이 정말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게 문제라는 말을 합니다.
그렇게 심각하게 자신이 뭘 원하는지 생각해 본 찬실은 영이에게 직진합니다. 하지만 영이에게 찬실은 그저 편한 누나일 뿐이었고요.
그런 찬실에게 장국영은 “외로운 건 그냥 외로운 거다. 사랑이 아니다”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또다시,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아보라고 조언합니다.

결국 사랑도, 일도 자신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 찬실. 그녀는 결국 어떤 결론을 내릴까요?
그녀는 여전히 집주인 할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고, 밥을 같이 먹으며, 청소 일은 적당히 하며 그렇게 지냅니다. 그리고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삶은 아직 변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느껴집니다. 그녀는 확실히 복이 많다는 것을요.

톡톡 튀는 대사
“회사 안 다니면 뭐하는데?” “그냥 이것저것” “그전엔 뭐했어?” “PD요” “뭐?” “영화 만드는 PD요” “그게 뭐 하는 건데?” “돈도 관리하고 사람들도 모으고 그냥 이것저것 다하는 그런 사람인데요” “그니까 그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흐.. 저도 이제 잘 모르겠어요” “얼마나 이상한 일을 했으면 한 사람도 몰라”
“이제 와서 말이지만 아버지는 지감독 영화가 사실 별로였다. 잠이 많이 왔다”
“심심한 게 어때서요? 본래 별게 아닌 게 제일 소중한 거예요” “그래도 전 크리스토퍼 놀란 좋아해요”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인간의 나이 차이 같은 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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